예전엔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다리 부러지는 바람에 만화책 들고 병원 찾아오게 하더니 골고루 한다. 사설은 이만하고 퐁피두 계속~
퐁피두 7층이던가?의 야외카페. 하얀 테이블 위에 한송이씩 꽂힌 장미들이 너무 예뻐서. 유럽은 한국보다 줄기를 길게 자르는 것 같다. 하늘하늘 날리는 장미꽃이 실제로는 사진보다 훨씬 더 예쁜데... 내 능력으론 이게 한계. 바람에 따라 물결을 일으키는 물도 나름대로 구경거리. 오래 바라보고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퐁피두 센터의 통로.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는 나같은 사람에겐 그다지 즐겁지는 않은 길이다. 그래도 아래만 내려보지 않으면 다닐만 하다. 주로 중앙을 택해서 걸었음. ^^;;;
의자에 앉아 쉬면서 한 커트. 소파의 색깔이 너무 예뻐서. 청소가 장난이 아니고 또 쉬 바랜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공간에 이 정도 투자는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리로 된 통로에 조금 익숙해지면서 찍은 사진. 이 다락방을 본 순간 바로 라 보엠이 떠올랐다. 로돌포도 미미도 바로 저런 다락방에서 살았겠지? 저곳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잠시 펴봤다.
오페라 가르니에 외경. 이곳에 서기 위해 얼마나 파란만장했던지. ㅠ.ㅠ
잠시 시간을 뒤로 돌리자면... 몽마르뜨에서 표를 사러 다시 파리 오페라로 갔었다. 문을 연걸 보고 잽싸게 매표소로 갔는데 오늘 공연 매진이란 사인이 붙어있다. 우쒸.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이것들은 내가 떠나고 난 뒤 느즈막히 매표를 시작한 모양. 절대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잡는 곳이 아닌 나라다.
너무 맥이 빠지고 기분 잡쳐서 도저히 이대로 한국으로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다음날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라보엠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기억해내고 바스티유로. 라보엠은 나의 비선호 오페라 중 거의 수위를 차지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거라도 보고 가자. 터덜터덜 가서 줄을 섰는데 앞에 앞에 선 커플이 칼리굴라 어쩌고 한다. 갑자기 혹시!하는 번뜩임에 나도 얼른 내 차례에 칼리굴라를 달라고 했더니 처음엔 체크하더니 없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포기하고 라보엠이나 달라고 하려는데 잠깐 기다리라더니 몇명이냐고 재차 물음. 앵(1)이라고 답을 했다. 그랬더니 63유로인데 괜찮아? 다시 물음. 당연히 괜찮지. 그동안 혹시 누가 집어갈까봐 빨리 달라고 얘기하고. 발권되는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ㅎㅎ
오페라도 싼게있었으면 하나 더 봐줄까 했는데 발레에 63유로 쓰고 오페라까지 70유로짜리 표를 사기엔 경제사정이 좀.... 하긴 투란도트이거나 베르디 오페라였으면 아마 샀을 가능성도 높다. 투란도트를 제외한 푸치니 오페라는 너무 청승맞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음.
여하튼 파리오페라 매표소에서 완전히 망친 기분이 여기 와서는 천국으로. 이때부터 내내 벙글거리고 다녔다. 온 얼굴에 행복해~가 쓰여있었을듯. ㅋㅋ
나중에 밤에 이 얘기를 동행녀에게 해줬더니 그녀가 기가 막혀 죽으려고 한다. 왜냐면 그녀는 일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조건 중 하나가 머냐 가깝냐라는 것일 정도로 내가 게으른 인간인지를 잘 알고 있거든. ^^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조감도와 스케치. 이 오페라 가르니에 설계에 얽힌 재미있는 비화가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오늘은 사진을 올리는데 주력해야겠다. 귀찮음. -_-;
럭셔리한 내부 풍경. 처음엔 정말 어리버리 정신 하나도 없었는데 그래도 두번째라고 조금씩 내부가 눈에 들어오긴 한다. 다음에 가면 친숙하게 느껴질까? 솔직히 현대적인 바스티유보다 이곳이 더 좋다.
중앙 공간이야 익숙하지만 솔직히 한번 와본 곳이 어리버리한 것은 마찬가지. 로비에서 표를 내밀었더니 어디로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갔다. 그런데 들어가는 문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얼쩡이는 아줌마(?)에게 표를 보였더니 어디선가 나타난 턱시도를 입은 아저씨가 바로 저 문 중 하나를 열고 안으로 안내를 해준다. 여기서부터 설레기 시작~
말로만 듣던 박스석이다. 프리티 우먼에서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앉았고, 순수의 시대에서 남주와 여주가 앉아 오페라를 봤던 그런 자리. 63유로에 이런 호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코트도 받아주고 저 앞 의자에 나를 앉게 해준다. 생일의 대미를 장식하는 호사였음. 드레스나 하다못해 정장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자리였다. ㅎㅎ;
박스석의 뒤쪽 공간. 화장을 고칠 수 있도록 저렇게 화장대가 있고 옷을 걸 수 있는 옷걸이도 있다. 저기 걸린 코트가 내 것~ 이 박스석에 함께 앉았던 사람들도 좀 재밌었는데 그건 나중에 공연 얘기를 정리할 때 써야겠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정화. 예전에도 사진을 찍어왔던 기억이 나는데 샤갈의 그림이다. 결국 파리에 와서 샤갈의 그림을 2장 보는 셈이다. ㅠ.ㅠ
로비의 샹들리에들. 실제론 상당히 멋졌는데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왔다. 그래도 찍어온 게 아까워서 일단 포스팅.
가르니에 야경. 언제 다시 여기 올 수 있을까? 다음에 올 때는 김용걸씨와 마티유 가니오의 공연을 볼 수 있어야 할텐데. 연못이라도 있었으면 동전 던지고 왔을 거다.
이날 본 공연은 칼리굴라. 니콜라 르뤼세의 안무작품이다. 이 얘기는 나중에 감상으로 분류해서 정리. 커튼콜 때 나온 니콜라의 사진을 많이 찍어왔다. ^^V 파리는 사진 촬영에 유해서 참 좋다. 내내 꼬이고 파란만장하긴 했지만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는 말대로 행복한 마무리였음. 파리의 겨울, 여름, 가을은 다 즐겨봤는데 봄에는 언제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