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 취소됐으면 수입이 준 걸 슬퍼해야 마땅하건만... 이리 즐거워하는 철없는 인간이라니. ^^; 갑자기 기운이 충만해서 오늘 여행기 하나 더 올려놓기로 충동적인 결심.
브라마 티&커피 뮤지엄에서 너무 허탈해져서 테이트 모던까지 걸어갈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셋이서 1/3씩 나누면 된다는 것에 용기를 얻어 그냥 택시로 고고~
이런 택시다. 롤스 로이스라고 함. ^^ 비록 택시지만 내가 롤스를 다 타보다니... 감개무량. 예전에는 이렇게 시커먼 택시가 런던의 명물이었는데 요즘에는 다른 색깔의 요란한 택시들도 많다. 아래의 이런 친구들 같은...
나름 눈에 띄긴 하지만 내가 이제 늙어서 그런지 시커먼 택시가 괜히 더 괜찮아 보임. ^^
여하튼 이렇게 돈을 들여서 편안하게 찾아간 테이트 모던~
2년 전과 이 담벼락의 그래피티가 달라졌다.
외경과 주변들.
6층 카페에서 찍은 템즈강 모습. 2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날씨운은 무지 좋은듯. 위 사진 두장은 동생이 빌린 김군의 캐논 카메라, 아래는 내 소니 카메라인데 확실히 색감은 소니가 아직 캐논을 따라가지 못한다.
테이트 모던에서 촬영을 해도 되는 전시실 앞 로비. 여기는 작품 촬영을 못하도록 하고 있음. 근데... 이번에 테이트 모던을 다시 간 건 길버트~ 어쩌고 하는 그 게이 커플 아저씨들의 웅장한 키치풍 작품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였는데 4층 전시실을 통째로 바꾸고 있는 통에 어디로 갔는지... -_-; 여기는 전시품 교체나 변경이 엄청 잦은 모양이다. 그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작품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좋긴 했지만 그래도 기대했다 못본 것들은 아쉬웠음. 콩고 미술 관련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2년 전 콩고 관련 특집 다큐멘터리를 해서 그런지 무심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솔직히 좀 우울했음.
입구와 메뉴판과 카페 내부. 가격은 당연히 비싸고 음식은 그럭저럭 맛있지도 없지도 않은 수준. 런던에서는 맛있는 편이라고 해줘야하나??? 2년 전엔 여기서 피쉬앤칩스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간단히 물과 디저트만.
이렇게 예정했던 일정을 마치고 나니 어정쩡한 시간.
동생과 ㅎ양은 전날 도착하자마자 빌리 엘리어트를 보러 가는 기염을 토했고 나 역시 어제 너무 난리굿을 핀 여파가 남아서 잠시 호텔로 돌아가 쉬고 뭔가를 먹고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테이트 모던을 구경하고 전철적으로 가던 중에 만난 고양이. 귀여운 것. ^^;
전철역. 동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런던에서 본 유일하게 깨끗한 지하철역이라고 함. 얘가 파리의 지하철을 못봤구만이라고 속으로 조용히.... 런던의 지하철이 낡았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냄새는 나지 않지만 파리의 지하철은... 그리고 특히 그 몽마라트쪽으로 가는 그 라인은... 악몽 그 자체. 가을이나 겨울에만 파리에 갔는데도 그 정도인에 여름은 어떨지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_-;
맛없는 런던 식당에 몇만원 갖다 주느니 차라리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자는 2회차 방문자의 노하우를 갖고 호텔 근처의 막스&스펜서를 습격. 거기서 사온 음식과 한국에서 공수해간 것들을 펼쳐놨다. 위 와인은 역시 2년 전 맛있는 와인을 팔았던 와인샵에서 4파운드인가 주고 샀고 아래 샴페인은 수퍼마켓에서 얼마 이상 사면 주는 행사 기간이라서 받은 것. 크리스마스 때 케이크 사면 주는 그 맛없는 거품주스를 생각하고 그냥 뜯었다가 후회했다. 차갑게 보관해서 제대로 마실 걸 하고. 로제인데도 별로 달지 않고 아주 맛있었음.
잘 먹고 마시면서 기운을 차려 이제 오페라를 보러 코벤트 가든으로 고고~
레스터 스퀘어역에서 코벤트 가든으로~ 얼스코트에 호텔을 잡을 때면 늘 코벤트 가든에서 공연을 보고 편하게 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흐뭇해하는데 매번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2년 전에는 주말에 피카딜리 라인 수리하느라, 올해는 코벤트 가든 역이 12월 말까지 수리라고 한다. 레스터스퀘어에서 코벤트 가든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 영. ㅠ.ㅠ
발레는 우리가 엄청 좋아하는 라 바야데르에 코요카루가 주연인데... 6일날 오픈이라 결국 유일하게 가능한 오페라만 예매. 타우리데의 이피게니아라고 글룩의 작품이라 나름 장중한 클래식을 상상했는데 엄청나게 모던한 연출이었다. 난 마음에 들긴 했지만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하는 느낌. 이 감상은 또 나중에...
공연 끝나고 동생이 찍은 한커트를 슬쩍. 언니인데 무단 도용이라고 뭐라하진 않겠지.
그나저나 이 감독이 정말 변덕이 죽을 끓는지 엎기로 한 거 다시 해달라는 전화가 중간에 왔다. 좋아졌던 컨디션과 기분이 급강하. -_-; 오페라 감상은 무슨...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