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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룸살롱 경험담

by choco 2025. 5. 14.

오늘 지귀연 판사 룸살롱으로 레거시 미디어를 제외하고 홀랑 뒤집힌 가운데 수십 년 전 룸살롱 딱 한 번 갔던 기억이 떠오름. 

99년이던가...?  기업의 협찬을 받은 (홍보성) 다큐를 하고 프로그램을 마음에 들어하신 회장님이 제작진 중에서 s대 출신만 데리고 한턱 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s대 아닌 사람은 PD 뿐인데 데려가지... 싶음)

일식집에서 근사~하게 저녁을 먹고 가장 막내학번인 내게 2차를 어디 갈까 물어보시길래, 룸살롱을 한번 구경 가보고 싶다고 간 크게 대답. (역시 지금 생각해보면 뭐 이런 ㄸㄹㅇ가 있었나 싶음. 😑 그렇지만 그때는 정말 가보고 궁금했음) 

회장님이 바로 연락 넣은 강남 어느 곳의 단골 룸살롱으로 갔는데 밖에서 만나면 절대 룸싸롱 아가씨라고 생각할 수 없는 청초하고 예쁜 언니들이, 룸싸롱보다는 선자리에 어울리는 단아한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내 앞에 앉은 언니가 에이스인지 순정만화 주인공 같았던 예명 '수민'양이 지금도 기억남. 

우리에겐 열심히 술 따라주고 자기는 몰래몰래 눈치껏 맥콜류의 양주 색깔 음료 마시는 걸 구경하다 화장실에 가서 인생에 다시 없을 구경(?)도 했음. 

화장실에 있는데 조금 있다가 문이 쾅 열리더니 마담이 (아마도 다른 방에 있었던) 아가씨를 데리고 들어와서 뺨 때리고 난리.  화장실 칸에서 대충 들어보니 2차 가자는데 거부해서 손님이 빡치고 마담도 빡쳐서 쥐잡듯이 잡는 상황. 2차 거부한 아가씨는 맞고 혼나다가 울면서 뛰쳐나갔는데 마담은 안 나가심. 한참을 화장실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가 할 수 없이 쭈뻣쭈뻣 나갔다.  아무것도 안 듣고 안 보이는 척 손을 씻으려는데 담배 피우고 있던 마담 曰.  

"요즘 애들은 정말 프로 의식이 없어요. 이런 데 나오면서 2차 안 가겠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그 당시엔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논리로 들리는...  "예에..."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씻고 나가는 내 등 뒤로 그 마담 언니의 인사도 내 유체이탈에 한몫 함. 

" 오늘 못 볼 꼴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대신 다음에 오시면 정말 잘 해드릴게요." 

반사적으로 "네,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는데 내가 거기 다시 갈 리가... 아마 그 마담언니도 나중에 나처럼 실소를 흘렸지 싶음.

회장님 차로 갔다가 우리 집까지 회장님 차로 데려다주신 바람에 강남 어드메란 걸 빼고 위치도 이름도 모르는 그 룸살롱은 아직 있으려나?  

2차 거부하다 뺨 맞은 이름 모를 언니도, 수민양도, 다음에 오면 잘 해주신다던 마담 언니도 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방금 기억났는데... 회장님 차 트렁크에 넣어둔 바람에 못 챙겨온 그 회사 선물세트... 아쉬웠다.  사실 거기에 넣어둔 건 기억하고 있었지만 회장님이 차에 앉아계신데 그거 꺼내달라고 하기는 좀 그래서 알면서도 두고 왔음.  룸살롱 구경시켜 달라는 소리는 하면서 그거 꺼내달라는 소리는 왜 못 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