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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늦은 소회

by choco 2025. 4. 7.

12월 3일 내란의 밤 이후 처음으로 맞았던  (우원식을 비롯한 개헌무새들이 설사똥을 뿌리긴 했으나)  그래도 내란 수괴 부부가 돌아올 걱정은 덜은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그동안 열심히 일한 휴대용 접이 방석, 간식 등등을 정리하면서 소소한 기록.

응원봉도 없고 led 촛불도 이사 와중에 사라져서 고민하다가 12월 7일 여의도에 들고 나갔던 휴대용 센서등. 4월 3일 헌재 앞에도 이 친구가 출격.  오른쪽 건 내 침대 옆에 두는 미니센서 스탠드등. 2차 남태령 대첩 때 남태령 고개에서 함께 했다. 

123일 동안 거의 매일, 혹은 매주 거리로 나간 분들에겐 댈 수 없겠지만 그래도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려는 반동의 물결을 물리치는데 손 놓고 구경만 하지는 않은 나 자신을 소소하나마 칭찬함.  이번에도 양심의 하한선은 지켰구나.

판검새들의 야합으로 윤석열이 탈옥한 뒤 잠도 깊이 안 오고 목이 꽉 막혀 식욕도 없는 시기에 이를 악물고 일상을 수행할 때는 내가 왜 그렇게 괴로웠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었는데 탄핵 판결이 난 다음에 그 켜켜이 쌓인 감정이 한겹한겹 펼쳐지면서 분석이 된다.

난 정말 두려웠다. 탄핵이 기각되면 피를 흘리지 않고선 흐름을 돌릴 수가 없는데 그 피가 흐를 장소에 나가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이기고 한두번은 나갔을 것 같다. 그런데 이길 때까지 그 모든 핍박과 폭력을 이겨내고 끝까지 나갈 수 있을까? 거기에 대답하기 힘들었다. 만약 두려움에 함몰되어 중간에 빠져나갔을 때 그 죄책감과 부채감을 두고두고 감당할 수 있을까 정말 두려웠다. 

내 바닥이 얼마나 얕은지 직면하지 않을 수 있어서 감사한 오늘이다. 내 하한선을 만나지 않게 해준 대한민국 국민 동지 여러분께 조용히 감사하면서 소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