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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모...

by choco 2024. 9. 13.

지난 화요일에 49제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남.

추석이라 선물 뜬 거 보면서 이거 이모가 좋아할 텐데, 이거 신기해하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정작 받을 사람은 떠나고 없다. 

내게는 엄마 대신이었는데... 

돌아가시기 바로 2주 전에 뵈었을 때 많이 안 좋으시고 힘들어하시는 걸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함께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황당함.  정말 마지막 기운을 내서 우리 집에 오셨을 때, 아파트 정원이 봄에 벚꽃이 엄청 예쁘니까 그때 다시 오시라고 했을 때 "그래야지."라는 답을 듣고 기뻤다. 

키티루다 투약으로 크기가 확 줄어들고 있어서 그래도 희망을 가졌었구만 너무 빨리...를 넘어 정말 어이없이 가셨다.  내가 이렇게 당혹스럽고 막막한데 자식들은 수십 배 더 믿기지가 않겠지. 

내 구남친들 & 지인들이 입 모아 말하던 내 까다로운 초콜릿과 디저트 입맛을 만들어준 건 바로 이모.

내가 어릴 때는 미군 부대에서 빼돌린 블랙마켓 물건을 팔러 다니는 행상 아줌마들이 있었다.  월급날 즈음에 이런 아줌마들이 오면 이모는 미제 허쉬, 키세스, m&m을 사서 나와 함께 나눠 먹었다.  코코아 탄 설탕물을 굳힌 것 같은 롯데 가나 초콜릿이며, 수입 자율화가 되면서 한국에 맞춰 저렴한 원료로 만든 허쉬는 나와 이모에겐 지탄의 대상이었음.  미국의 허쉬와 한국에서 파는 허쉬 초콜릿 맛이 다르다는 우리의 주장은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동의해주지 않았다. 

입맛이 없고 힘도 없어서 마지막에 슈크림을 찾으셨는데 저렴이 슈크림 믹스로 만들었을 파리 바게뜨 슈크림을 드셨다는 거 듣고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옆에서 수발하느라 힘든 자식들이야 맛집까지 찾으러 갈 수 없을 테니 나한테 얘기했으면 슈크림 맛집 다 다니면서 종류별로 갖다 날랐을 텐데.  걸어서 10분 거리에 전국 최고 수준의 슈크림 파는 제과점이 있는데 이모한테 그거 하나 못 사드렸다는 게 이거 쓰면서도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난다.  49제 상에 올리긴 했지만 그거야 그냥 내 자기 위로지 떠난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려나 하고 있다. 

이모 동서분 꿈에 하얀 옷을 입고 언니(=우리 엄마)집에 간다고 하셨다니 평생 그리워하던 우리 엄마랑 할머니 만나서 행복하시겠지. 그럴 거라고 믿고 싶다.  

근데... 49제 날 이모를 꿈에서 만났다는 사람들 많구만 나한테는?  여기저기 다니느라 너무 바빠서 나한테는 못 오는 모양이다.  하긴, 나라도 '죽으면 아무 의미없어.' 라는 사람에겐 굳이 찾아가지 않을듯. 이해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