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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국외)

파리의 여인들

by choco 2024. 6. 2.

버지니아 라운딩 | 김승욱 옮김 | 동아일보사 |  2024.4?5? ~ 5.30

 

라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매춘부 4명의 삶과 행적을 중심으로 그 시대를 풀어낸 책.

익숙한 사건과 묘사들이 이름만 바뀌어서 계속 등장하는 터라 읽는 내내 뒤마 피스가 쓴 <춘희>와 에밀 졸라의 <나나> 자료집과 설정집을 보는 기분이었다. . ^^

<춘희>의 모델로 너무나 유명한 마리 뒤플레시스와 나폴레옹 공의 연인이었던 영국 출신 매춘부 코라 펄은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 알고 있는 내용의 재확인 차원에서 즐거웠고 아폴로니와 라 파이바는 처음 뵙는 분들이라 새로운 얘기들을 읽느라 흥미진진하니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마리 뒤플레시스야 전성기 때 요절해버려서 전설로 남았지만 코라 펄과 아폴로니의 화려한 비상과 몰락은 책의 후반부를 넘기는 손길을 느리게 만드는 묵직함이었다.  코라 펄은 전형적인 화려한 매춘부의 삶이라면 뒤로 호박씨 까는 귀족 부인들보다 어쩌면 더 정숙했고 보들레르며 클레진저 등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뮤즈였던 라 프레지당뜨 아폴로니의 선택은 어떤 이면이 있었을지 괜히 궁금해졌다.  끝까지 추락하지 않고, 무려 11살이나 연하인 열렬한 연인의 구애를 오래 받고 결혼까지 하며 백작 부인으로 죽은 라 파이바가 이들 중에선 가장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음. 

이 여인들이 창녀라면 남창이라고 불릴 대척점의 인물이 모르니 공작인데 그는 주류 사회에서 대접 받으면서 살아갔던 걸 보면 씁쓸하긴 함.  

다음에 파리에 가면 오르세 미술관에서 아폴로니를 모델로 했다는 <뱀에게 물린 여인>을 보고, 샹젤리제 25번지에 있는 라 파이바의 맨션을 가봐야겠다. 현재 소유주인 여행가 클럽 회원이 아닌 일반인은 일요일 오전에 가이드 투어 할 수 있다고 함.  아폴로니의 오랜 연인이었으나 청혼을 거절당한 리처드 윌러스 경이 아폴로니와 함께 수집했던 예술 작품 컬렉션은 런던 허트포드 하우스 미술관에 있다고 하니 이건 런던 여행 코스로 남겨두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