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워스 | 북극곰 | 2019. 8.15~18
진짜 오랜만에 책 감상문을 올리는 것 같다. 하도 오랜만이라 양식을 보려고 했더니 비공개로 놔둔 책들이 벌써 몇년 전부터 켜켜이. ^^;;;; 책을 예전보다 훨씬 덜 읽기도 했지만 읽고 정리할 기력도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정신줄을 잡고 책 읽으면 간단히 메모라도 해서 올려야지... 하고 지킬지 안 지킬지 모르는 결심 중.
각설하고, 우연찮게 동명의 bbc 드라마를 보다가 꽂혀서 마카오 갈 때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고 이북을 구매했다. 드라마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굉장히 흡입력이 있었는데 원작 자체가 굉장히 강렬하달까... 더불어 지난 시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묘한 느낌이 있다.
내용은 1950년대 후반, 영국의 사회복지가 막 궤도에 올라가던 즈음, 런던 빈민가인 이스트 엔드의 수녀원 조산소에 온 간호사 겸 조산사 제니퍼 워스가 자신의 몇년을 기록한 내용이다. 중산층으로 보호받고 잘 교육받은 여성이 최하층이 모인 빈민가로 와서 느끼는 문화적인 충격과 함께 그럼에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공동체의 보호망과 그들의 사연을 굉장히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여운이 짙고 또 내용 자체를 보면 하나하나가 정말 드라마틱하다. 사람이 사는 냄새와 공간이라고 해야할까?
우리 때는 동네 애들이 다 모여서 골목에서 뛰놀고 어쩌고 하던 그런 추억의 그림자가 가슴에 은근슬쩍 드리운다.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지만, 난 내 세대에선 드물게 아주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서 자라난 경우인데 그때는 아파트긴 했어도 주택가 못지 않은 재미와 사람과 부대끼는 냄새가 확실히 있었다.
각설하고,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 수도 없이 등장하던 그 구빈원이란 곳이 얼마나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장소인지, 19세기 영국의 빈민복지라는 게 얼마나 비상식적이었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젠킨스 부인과 그 아이들의 얘기는.... 감정적인 자극을 주려는 그 어떤 시도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꽤 오랫동안 내 가슴에 아린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린 매춘부 메리의 이야기도. 복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하게 해주는 내용들이지 싶다.
책을 읽고 드라마 콜 더 미드와이프를 보니까 드라마 각본가가 참 시나리오를 잘 썼다는 감탄이 나옴. 책에서 죽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절묘하게 잘라서 여기저기 배치하고 시나리오작가 나름의 에피소드들이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가 있다. 지금 카페 기다리면 무료로 찔끔찔끔 보고 있는 넷플릭스를 신청할까 고민 중. ^^
오랜만에 몰입하면서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