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세째날 아침은 홀리데이 인 호텔의 비스트로 온 더 마일에서 조식 부페를 먹을 예정이었으나 제니 베이커리가 호텔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 + 제니 베이커리의 쿠키를 사가자는 갑작스런 의기 투합 + 전날 너무 먹어서 먹을 의욕이 떨어졌다는 것이 겹쳐서 있는 걸로 대충 먹고 아침 일찍 제니 베이커리로~
첫날 돈 바꾸러 갔던 청킹 맨션 바로 근처이고 또 바로 옆에 본래 아침을 먹을 예정이었던 비스트로 온더 마일도 보였다.
8시 조금 넘어서 갔는데 이미 줄이 길어서 뒤쪽에 섰구만 조금 더 있으니 엄청난 줄이 이어진다. 9시 넘어서 문을 연다고 해서 그때까지 기다릴 각오를 했는데 다행히 9시 좀 안 되서 번호표 나눠주는 직원이 번호표 주고 일정 인원을 끊어서 안쪽에 있는 정말 조그만 가게로 데리고 감.
바로 이 앞에서 줄을 서있었다. 내 계획은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8종 너트 믹스였으나 그건 전설의 아이템인듯. 우리는 한 3~4번째로 끊어서 들어간 그룹이었는데 이미 품절이라고. -_-; 차선으로 택한 커피 쿠키도 품절. 그냥 평범하게 한국에서도 파는 4종 믹스를 사왔다. 그래도 가격은 한국의 50~60% 정도니 가까운 곳이 숙소라면 줄 서는 것도 괜찮은 장사일듯.
12시 예약에 맞춰 다시 페리를 타고 센트럴으로 걸어걸어 간 곳은 -전날 갔던 만다린 오리엔탈에서 대각선 방향에- 티파니 매장이 커다랗게 있는 ??? 몰 건물.
같은 메뉴도 테이블에 앉으면 비싸다. 당연히 바 자리를 예약~
3종류의 메뉴가 있는데 디저트 포함 4코스를 먹는 걸로 선택.
저 V 표시가 뭔가 추천인 것처럼 헷갈리는데 아래를 잘 보면 베지테리언 메뉴임. ㅎㅎ
1인이든 2인이든 3인이든 일단 이렇게 한 바구니의 빵을 주는데 남은 거 싸달라면 싸준다고 해서 이때 이 빵을 가져가 밤참으로 먹으려는 꿈에 부풀어 있었음.
전날 갔던 삐에르처럼 버터에 이렇게 시그니처 이니셜을 새겨놓는 게 얘네 트랜드인듯.
세팅은 이렇게~
빵... 내가 좋아하는 베이컨 에삐를 포함해서 맛있다. 다 맛있다.... 하나씩 맛을 보다보니 결국 한 바구니를 다 먹었음. -_-; 이날 빵을 다 먹은 건 우리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중간에 텅 빈 우리 빵바구니를 보더니 빵 더 줄까 하는데 화들짝 놀라서 사양했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잔뜩 낸 웰컴 푸드. 이 웰컴 디쉬는 삐에르보다 조엘 로뷰숑이 훨 낫다. 설명을 엄청 재밌게 해줘서 웃었는데 그게 손님을 웃기기 위한 정해진 멘트였던 모양. 양 옆에 손님이 앉을 때마다 같은 설명을 하는데... 나중엔 그 똑같은 멘트를 듣는 게 웃겨서 실소했음. ㅎㅎ
전날 너무 달려서 이날은 좀 자제하자는 의미로 내가 시킨 베지테리언 첫번째 코스. 어쩌고 저쩌고 설명은 요란하지만 요약하자면 시금치 소스에 올린 삶은 달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삶은 달걀이었고 아마도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가장 비싼 삶은 달걀이지 싶다. 삶은 정도는 예술이긴 했으나 어쨌든 삶은 달걀은 삶은 달걀. ㅎㅎ
동행한 ㄱ님의 첫 코스. 공들임이나 맛의 밸런스 등등은 이쪽이 더 낫다. 맛도 맛이지만 구슬을 뿌려놓은 것 같은 플레이팅을 보면서 정말 감탄~
내 두번째 코스도 베지테리언 푸드로~ 근데 이건 정말 완벽하게 성공. 아티초크 거품을 부어주는 걸 찍었어야 했는데... (이때 둘 다 ㅅ님을 아쉽게 떠올렸음.) 둘 다 블로그에 열정적이지 않다 보니 그런 순발력이 부족함. 끝내주는, 절대 집에서는 따라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맛. 이래서 비싼 돈을 내고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는 거겠지.
이건 ㄱ님의 랍스터 볼 스프. 샐러리 향이 살짝 날락말락하는 게... 조엘 로부숑의 음식은 강한 식재료를 절묘하게 그 날카로운 면을 죽이면서 존재감을 부드럽게 잘 드러낸다. 호불호가 강하게 엇갈리는 식재료들도 이렇게 접근하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듯.
플레이팅이 예뻐서 이렇게 돌려서 한장~
전날 탕코트에서 작게 다듬은 청경채를 보면서 감탄했는데 이 버섯을 보면서 또 감탄. 팽이나 만가닥 버섯의 머리 부분만 잘라서 사용을 했다. 이런 정성이면 내 돈을 가져갈 가치가 있음.
수차례 시도 끝에 겨우 찍은 쉐프. ㅎㅎ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진만 찍으려고 하면 다른 쪽으로 돌아가서 얼굴 찍는 건 포기하고 작업 모습만~ 주방에서 유일하게 프랑스 아저씨인듯.
ㄱ님의 메인인 이베리꼬 돼지고기 스테이크. 구움 정도를 물어봐서 둘 다 엄청 당황했음. 돼지고기는 잘 익혀 먹는 거 아닌가? 몇년 전에 스페인에서 쇠고기처럼 살짝 익혀도 되도록 돼지를 특수하게 키운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모험은 안 하는 걸로.
위에 뚜껑을 연 그릇에 든 건 조엘 로부숑의 자랑이라는 매시드 포테이토. 메인 요리엔 다 이게 딸려나옴. 버터가 듬뿍 들어갔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나. ㅎㅎ
전날 삐에르에선 키조개를 먹어 여기서는 메인을 쇠고기 립아이로. 미디움 레어였는데 잘 구웠다. 한입 크기로 얇게 한점한점 저며 나온 게 특이했음. 사이드인 브로컬리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치즈, 위쪽의 소스의 궁합도 굿~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브로컬리, 치즈를 저렇게 올리는 디쉬는 별로 어렵지도 않으니 종종 응용해야겠음. 저 초록색 소스는 당연히 생략. ^^
어쩌다보니 디저트는 같은 걸로~ 정말 아름다웠으나 빵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부른데다가 소보로 슈에 크림을 채운 저 디저트는 홍차로 넘기기에는 정말 미친듯이 달았다. 정성껏 만든 파티쉐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한입 먹고 포기. 소르베와 초콜릿도 겨우겨우. 접시 치우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정색을 하고 물어보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죄책감을 살짝 느끼긴 했으나... 배가 안 불렀어도 쟤는 맨정신으로는 난 불가능. 조엘 로부숑에서 치즈를 뺀 디저트는 필히 커피가 필요할듯.
예쁜 프티 뿌도 또 따로~ 이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밤에 먹으려고 싸달라고 했다가 결국 한국까지 와서 귀국한 날 밤에 내가 반 먹고 늦게 온 동생이 나머지 반을 얌냠~ (ㄱ님 쏴리+땡큐) 마카롱은 평범했고 초콜릿은 맛있었고 마들렌은 괜찮았음. 저 네모난 젤리는... 내가 젤리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평가 불가능.
레스토랑 아래층에 있는 조엘 로부숑 베이커리 & 티룸에서 한국에 가져갈 파운드 케이크 사면서 아래층 쇼핑몰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몇장 찍어봤다. 영국의 영향권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장식에 들이는 공이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닌듯. 가는 곳마다 거의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분위기?
밥 먹고 엑셀시어 호텔(동생이 출장 갔을 때 여기 묵었는데 완전 구리다고 함. 가실 분 참조하시길)의 카페 익스프레스로 가서 마카오식 에그타르트를 왕창 사서 호텔에 던져놓고 다시 밖으로~
커피와 쿠키를 쇼핑하러 페닌술라 호텔에 가는 길에 예뻐서 찍은 크리스마스 장식들. 이름이 저래서 우린 무슨 행사인가 했는데 역시나 호텔의 성탄 장식. 근데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저기 레스토랑의 딤섬이 맛있다는 정보를 한국에 돌아와 동생에게 뒤늦게 들었음. 그러나 미리 알았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 먹었겠지.
ㄱ님이 발에 물집이 터지면서까지 갔던 페닌술라에선 이제 커피는 안 판다고 하고 내가 사려던 마카다미아 쿠키는 완전히 엉뚱한 걸로 바뀌어서 슬펐음. 결국 브라우니 두 종류와 초코 프레쩰만 사왔는데 초코 브라우니는 엄청 평범, 커피&호두 브라우니는 완전 굿!이다.
본래 저녁은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 거기에 무슨 맛있다는 볶음밥 집에서 (사흘동안 쌀을 안 먹었더니 둘 다 쌀이 고팠음) 먹을 예정이었으나 시간도 어정쩡하고 다리도 아프고 등등 해서 그냥 하버 시티 쇼핑몰로 가서 푸드코트에서 볶음밥을 먹은 뒤 시티수퍼에서 폭풍 식료품 쇼핑을 하고 호텔로.
하버시티 몰 안에 있는 나트랑이라는 베트남 쌀국수집을 동생이 강추했는데 못 간 것이 이날의 유일한 아쉬움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