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 쓰는 김에 그냥 음악회 감상문......이라기엔 너무 늦었고 그냥 갔다왔던 기록을 하나 더 남겨놓자는 의미에서.
요즘은 이렇게 써놓지 않으면 내가 갔다왔던가 아닌가도 헷갈린다. -.ㅜ
엠마누엘 파후드란 이 플루티스트는 내 20대 때 동경인 동시에 어줍잖은 부러움에 애증의 대상이랄까... 그런 존재였다.
내가 대학에서 허덕허덕 실기시험에 시달리고 있을 때 우리보다 나이가 별반 많지도 않으면서 (아마 1-2살 위?) 하늘 같은 그 베를린 필하모니의 수석으로 떡하니 입단을 했다고 음악계에서 떠들썩.
정말 우리는 왜 사나 하는 자괴감을 줬었다.
거기다 샤방샤방하니 그때는 또 얼마나 잘 생기셨던지.
정말 애증의 대상이었다.
이번에 보니까 여전히 잘 생긴 흔적은 남아 있지만 많이 늙었더라.
그냥 미중년... 그를 보니 세월무상이 느껴지는 게 나도 많이 늙었겠지.
각설하고.
음악회 제목 그대로 매끈매끈 윤기가 좔좔 흐르는 바로크 음악의 향연이었다.
건축적으로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바로크 음악은 테크닉적으로는 쉬워보일지 몰라도 그 맛을 제대로 내기가 정말 어려운데 바로크 연주의 교본으로 들려줘도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매끄러움이었음.
1부 곡목은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현을 위한 교향곡 바단조.
텔레만의 비올라 협주곡 사장조.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라장조.
2부는 텔레만의 플륫 협주곡 라장조
아버지 바흐의 음악의 헌정 중 6성의 리체르키르
아버지 바흐의 플륫과 현악기 그리고 통주저음을 위한 모음곡 2번 나단조.
파후드의 플륫 음색은 여전히 정말 그의 플륫 색처럼 황금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화려한 음향.
귀가 호강하는 즐거운 2시간이었다.
올해는 음악회도 좀 부지런히 쫓아다녀봐야겠다....고 쓰긴 하는데 돈과 시간이 허락을 해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