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SYLPHIDES I 레 실피드(공기의 정령들)
작곡: 프레데릭 쇼팽
오케스트라 편곡: 세르게이 타네예프, 아나톨 리아도프, 글라주노프, 체레핀, 스트라빈스키
안무: 미하일 포킨느
미술: 알렉산드르 브누와
세계 초연:
초연 무용수: 안나 파블로바, 타마라 깔사비나, 알렉산드라 발디나, 바슬라브 니진스키
한국초연:
올리는 김에 하나 더. ^^ 내게 쇼팽을 즐겝게 듣게 해주는 작품~
‘Les Sylphides’(레 실피드)는 쇼팽의 피아노 음악에 춤을 안무한 유명한 발레작품으로 쇼팽의 음악중에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레 실피드란 이름은 쇼팽의 피아노곡을 안무한 사람들이 붙인 이름으로 쇼팽은 자신의 음악에 시적인 별명이나 낭만적 해석을 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쇼팽이 그의 피아노곡이 발레로 안무돼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결코 즐거워하진 않았을 것이다.
레 실피드는 -마리 탈리오니가 초연한 낭만주의 발레 ‘라 실피드’와 전혀 다른 작품이다- 포킨느에 의해 최초로 태어나는데 그는 알렉산더 글라주노프가 관현악 편곡한 쇼팽의 4개의 피아노 작품집 ‘쇼피니아나‘를 보고 착상을 했다고 한다.
「폴로네즈 40-1」「녹턴 15-1」「마주르카 50-2」「타란텔라43」으로 구성된 네 곡에 왈츠 한곡을 추가해서 1908년 3월 ‘쇼피니아나’란 제목으로 페텔스부르크에서 공연된다.
쇼피니아나가 레 실피드란 이름으로 공연된 것은
이 작품은 어떤 스토리도 없이 순수하게 낭만적인 춤들로 짜여졌고 이런 방식의 안무는 현대에 와서는 일반적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숲속 빈터를 배경으로(원래는 허물어진 교회 옆) 단 한명의 남성무용수와 3명의 주도하는 여자 발레리나와 여러명의 여성 무용수들(공기의 요정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이 낭만적인 발레는 사라진 「백색발레」를 부활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자 무용수들은 모두 낭만시대의 로맨틱 튀튀를 입고 있고 안무는 고전주의 힘차고 화려한 자세나 꽉 짜인 대칭적인 구조 없이 낭만적이고 섬세한 선으로 움직인다.
발레의 서곡 「프렐류드 28-7」이 흘러나오고 막이 오르면 고대 폐허의 한적한 숲에 흰옷을 입은 공기의 요정들이 등장하고 「녹턴 32-2」가 시작되면 몇명이 춤추기 시작한다. 이때 군무 댄서들 뒤 중앙에 있던 주도 댄서들이 합류한다. 여자 무용수가 「왈츠 70-1」에 맞춰 공기를 가르는 듯 가볍고 환상적인 왈츠를 추고나면 곧 이어 대담하고 개방적인 마주르카 33-3」이 이어져 발레리나의 테크닉을 과시한다. 또 다른 「마주르카 67-3」은 남성댄서를 위한 바리에이션이다. 서곡이 잠시 나온 뒤, 「왈츠 64-2」로 남녀 무용들의 빠드되가 연결되고 마지막으로 「왈츠 18-1」에 맞춰 전체적인 원무와 주도 댄서들의 짧은 솔로가 이어지고 막이 오를 때와 똑같이 정지된 정경으로 발레가 끝난다.
이 발레는 포킨느가 이사도라 덩컨의 자유스럽고 자연의 영감을 받은 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지는데 그녀의 영향은 비대칭적이고 자유스럽게 보이는 군무에서 특히 드러난다. 비슷한 의상을 입은 프티파의 지젤에서 윌리들의 움직임은 대칭적으로 정확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데 반해 레 실피드의 군무는 훨씬 자유롭게 흐른다.
초연 때 왈츠의 첫 솔로는 깔사비나가, 두번째 마주르카는 안나 파블로바, 세번째 마주르카는 니진스키, 그리고 마리아 발디나가 프렐류드를 췄고, 빠 드 되는 파블로바와 니진스키가 췄다. (세상에 다시 없을 전설적인 캐스팅. 이 공연을 본 사람들은 전생이 무슨 복을 쌓았길래. ㅠ.ㅠ)
‘레 실피드’는 글라주노프의 관현악 편곡 말고도 스트라빈스키, 리에티 등 당대의 음악가들이 편곡을 계속 시도했지만 쇼팽의 피아노곡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리는 편곡은 아직 없다는게 대다수의 의견이고.뉴욕시티 발레단이 1972년 쇼피니아나를 리바이벌 할 때는 피아노 음악을 사용했다.
그리고 뉴욕시티의 공연에서 특이했던 것은 레 실피드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백색 뛰뛰 로망띠끄 대신 다리가 나오는 짧은 흰색 튜닉을 입고 공연했다는 것이다. 역시 미국인다운 용감한 전통 파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각자의 취향이겠죠-( LES SYLPHIDES II 에 설명)
레 실피드를 훌륭히 소화한 발레리나 중 하나인 알렉산드라 다닐로바는 이 발레를 추는 발레리나는 여성이 아니라 아무 성별도 없는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춤추기 어려운 발레라고 회고했다.
그렇게 길지도 않고 변화가 많은 발레이기 때문에 발레를 잘 모르는 사람도 즐기기에 부담 없는 작품이다. 어느 무용이나 그렇겠지만 기량이 떨어지는 무용수가 추면 그 끔찍함이 더 드러나는 게 탈이긴 하지만. (환상을 갖고 갔다가 죽을 뻔 했었다.) 한국에서는 국립 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공연했다.
MENT:
발레로 쓰여진 한편의 낭만시를 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 한명의 남자 무용수와 공기의 요정들이 쇼팽의 음악에 맞춰 환상을 재현한다고 해야하나….? 처음 봤을 때는 좀 뜨아했었습니다. 한밤에 남녀가 만났으니 그 중의 한명과 뭔가 스토리가 이뤄지고 삼각관계 혹은 사각관계로 가야하는데 그냥 파트너 바꿔서 열심히 춤만 추더군요. ^^ 하지만 좀 시간이 지나니까 그것도 좋더군요. 어떤 특별한 스토리 없이 음악과 춤의 조화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낭만주의의 그 로맨틱함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바로 레 실피드의 매력인 것 같군요.
실제 공연은 국립 발레단의 공연을 봤고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악몽. 오죽하면 그 남자 무용수 이름을 기억했겠냐는... 이분의 이후 업적은 여기 옮기면 명예 훼손감이라 이하 생략. ^^) 영상물로는 로얄 발레단, 아메리카 발레 시어터, 볼쇼이 발레단의 것을 봤는데 셋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공연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어느 걸 선택하셔도 좋~습니다.
국내에 공연됐던 것 중에선 문훈숙 단장이 출연했던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평이 좋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공연은 보지 못했으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당시 초청된 파트너였던 객원 남자 무용수가 꽤 괜찮은 사람이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 못봤을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