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볍게 수정 하나를 끝내주고 내일부터 이틀간 1시간짜리 마감을 달리기 전에 워밍업 삼아 블로그 포스팅이나 하려고 앉았음.
연달아 마감하느라 그 부담감에 한동안 책을 거의 읽지 못 했는데 요 한달간은 열심히 읽어주고 있다. 다 하는 건 불가능이고 괜찮았던 것 몇개만 생각나는대로 끄적~
어둠의 비밀 / 셰릴린 캐년
다크헌터 시리즈의 9번째 번역물.
내 로설 인생 거의 처음으로 나에게 X을 준 카르페 녹템 (X이 될 것 같으면 그냥 중간에서 읽기를 포기하기 때문에.. 얘는 마지막에 뒤집어쓴 터라 어쩔 수 없었음. ㅜ.ㅜ) 때문에 살짝 걱정을 했는데 얘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긴 하지만 내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 물론 이것도 말도 안 된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관대하다.
카르페 녹템에서 다크헌터가 되어버린 닉의 동급생인 상류사회 아가씨 마거리트와 호랑이와 표범의 혼혈인 랜 타이거리안. 처음엔 남주와 여주의 재력이나 신분 차이가 좀 심하구만~ 했는데 역시나 로설답게 알고 보니 엄청난 부잣집 아드님이긴 했으나 여러가지 제약이 많은 어둠의 왕자님. 현재와 과거가 얽히고 시간을 오가는 내용은 어찌 보면 가장 황당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납득이 가도록 구성이 짜여져 있다.
바로 이 맛에 이 시리즈를 보는 거겠지. 만족. 책 날개에 나온 다른 출간작 소개를 보니까 알렉시스가 나오는 것만 안 읽은 것 같다. 이건 다음 기회에 ㅅ님에게 빌려야겠음. (부탁해요~ ^^/)
빛과 그림자 / 류향
번역 로맨스가 씨가 마른 시절에 간만에 그 맛을 잘 살려주고 또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잘 버무려진 중세 배경 로맨스를 읽었다.
주인 아가씨 대신 별볼일 없는 기사에게 시집간 하녀가 알고 보니 엄청난 신분과 비밀을 가진 존재였고 그 별볼일 없어 보이는 기사도 알고 보니 엄청난 배경과 비밀이 있었다는... 어찌 보면 식상할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그 비밀을 한겹한겹 풀어나가는 재미를 참 절묘하게 배치했다. 그리고 남녀 주인공들이 인간적이면서도 능력이 있어서 일방적으로 끌려가거나 질질 끄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각자의 비밀을 독자들이 다 알고 난 뒤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장치들이 남아서 달달하면서 끝까지 박진감을 놓지 않고. 정말 재밌었음.
번역 로맨스들이 많이 쏟아져나오던 시절에도 중세물은 빠뜨리지 않고 읽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외국 나가면 비록 문고판이지만 좋아하는 작가들의 원서까지 바리바리 사오던 시절의 향수가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한 10여년 전에 반 정도 쓰다만 중세물이 하나 있구나. 혹시 누가 볼까봐 하드가 아니라 플로피 디스크에 보관을 해놔서 수차례 컴퓨터 하드가 맛이 가는 와중에서 살아남았는데... ㅋㅋ
GIFT / 류향
난 안전하게 작가 위주로 보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또 평이 좋기도 해서 잡았는데 기대대로 괜찮았다.
난소암으로 완전 불임이 된 여자의사와 아주 어두운 과거를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 일탈로 스쳐간 만남이 다시 이어지면서 두 사람이 역이는데 굉장히 무겁고 칙칙할 수 있는 소재를 따뜻하고 부담없이 잘 그려냈다. 캐릭터들이 아주 생생하다는 것이 이 작가의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긴 지문이 아니라 적당한 대사로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상황 묘사도.
이 책 읽다가 두려워져서 내내 미루던 검진 예약. 여자들에게 다른 의미에서 계몽적인 역할까지 해주는 듯.
총희 / 김유미
빌려주신 ㅅ님이 이 작가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다른 것에 비해 심심하다고, 일종의 콜렉팅 개념으로 갖춰놓은 거라고 했을 때 왜 그럴까 했는데 읽고 나니 이유를 알겠음.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김유미 작가는 과거를 배경으로 하되 주인공들의 캐릭터나 사건을 독특하게 풀어나가는 맛이 있다. 로맨스가 부족하다고 사람들이 외칠지 모르겠지만 마냥 달달하고 식상한 전개에서 느낄 수 없는 다른 맛이 있다. 그런데 이건 못 썼다고는 할 수 없으나 확실히 밋밋.
황제와 원수를 갚기 위해 곁에 다가간 궁녀라면 식상하더라도 좀 더 강렬하게 밀고 나가거나, 사건을 격렬하게 틀어서 뭔가 조마조마함을 주던지 하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 이건 뭔가 일어날락 말락하다가 그냥 푸시시. 확 터져줘야할 게 터지다 만 기분. 분량이 짧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니지 싶다.
그냥 김유미 작가의 초기작을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음.
홀드 미/ 최은경
연재 때 재미있게 읽어서 책으로도 또 재탕~
내 취향은 이 작가의 강렬한 로설들인데.... 흡입력은 강렬한 게 더 강하긴 하지만 재탕의 욕구는 확실히 이렇게 가볍고 발랄한 쪽이 더 강한 것 같다. 주인공들이 고생하면 재미있으나 재탕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실감하게 됨. 날이 더워지니 더더욱. ^^
댄스 스포츠 국가대표를 꿈꾸는 유망주가 백화점 사장이 창립 기념일에 선보일 장기 자랑을 위해 단기 개인교습을 하면서 시작되는 인연인데,.. 띠동갑인 나이 차이에다 애까지 딸린 홀아비라는 게 그다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두 남녀 주인공이 참 귀엽고 잘 어울린다.
작가가 취미로 댄스 스포츠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생생하게 묘사되는 댄스 스포츠의 세계가 맛을 더 살려주는 듯~
이외에도 몇권 더 읽었는데 지금 딱 떠오르는 건 감상문을 쓰기가 쫌...
인기가 많다고 해서 일단 대여점에서 빌려왔는데, 내조의 여왕에서 김남주를 떠올리게 하는 어휘와 인터넷에서 10분만 검색해도 알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자료 조사조차 되지 않아 있으니 읽으면서 계속 또 교정. 아무리 조연이라지만 정 모르겠으면 그냥 무난한 직업으로 하지. 그리고 명품 쇼핑을 세부로 가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요. 차라리 홍콩이나 도쿄라면 몰라도. ;ㅁ; 이런 건 편집에서 잡아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이래서 내가 현대물을 못 쓰는 모양이다. 모르는 동네는 무서워서 못 쓰겠고, 좀 아는 동네는 상상력이 절대 발동이 안 됨. ^^;
더 쓰려니 지겹다. 오늘은 여기서 끝~
그나저나 올초에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랑 그들은 말해주지 않는~ 은 도대체 언체 독후감을 쓸 건지... 근데 걔네들은 쓰려면 한번 더 읽어야할 것 같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