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넷북으로 프리뷰에서 쓸 그림들을 열심히 작업하고 USB에다 저장했는데 구입한지 한달도 안 된 USB가 고장이 나버렸다. 받은 날 정상인지 테스트해보고 어제 처음 썼구만. -_-+++ 그것 때문에 ㅅㅂ 홈피 들어가서 수리를 해주던지 교환해달라고 했음. 경과 보고는 나중에....
다행이라면 넷북에 내용은 저장이 되어 있다는 거고, 불행은 그걸 옮겨올 방도는 월요일에 회사 가서 인터넷 연결한 다음 메일로 쏴줘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 USB는 1년씩 써도 멀쩡하구만 난 거의 쓰지도 않는 게 왜 이렇게 고장이 잘 나나 모르겠다.
맥이 탁 풀려서 일할 기운도 나지 않지만 그래도 단상 정리나 주섬주섬 하자면...
1. 엔딩이나 에필로그로 쓸까 했던 신응수 선생과의 투샷 설정은 후반부 즈음에 둬야하지 않을까 고민이 된다. 신응수 선생의 포스가 너무 강해서 주인공이 확 죽어버림.
내가 10년 전에 신응수 선생 다큐할 때만 해도 좀 어리버리한 기색이 있으셨는데 본인 스스로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확고해진데다가 10년 동안 쌓인 방송의 내공이 이제 장난이 아니심. 순수하고 나름대로 포스는 있지만 아직은 저런 확고한 존재감이 약한 이번 주인공이 밀린다. 또 중심이 되어야할 주인공이 신 선생에게 갖고 있는 존경도 너무 크게 드러나고. 계획대로 신응수 선생님 프로그램을 연결해서 하게 된다면 오히려 그쪽 초반부에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느낌까지 든다.
2. 너무 주인공을 위주로 좁게 뱅뱅 도는 느낌. 다양한 영상을 찍기엔 여러가지 제약이 너무 많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 이 부분은 나중에 방송용으로 재편집할 때 추가 촬영이 있어야할 듯. 방송용의 추가 촬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건 PD도 동의했으니 그건 그때 가서 논의.
3. HD로 촬영한 현재 실사와 기존 6mm로 촬영된 초반부 자료 영상들의 유기적인 결합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심각하게 필요함. 현재 갖고 있는 아이디어는 사진과 인터뷰를 그 중간 흐름에 맞물려서 영상의 질이 확 튀는 걸 가능한 줄여보겠다는 복안이긴 한데... 이건 편집하는 PD가 골머리를 많이 앓을듯.
4. 확실히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연습이다. 처음에는 완전 중언부언, 횡설수설, 포로 빠지던 인터뷰가 후반부 촬영본으로 갈수록 안정적이고 내용도 조리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은 나중에 다시 인터뷰를 하겠다는 요청을 할 정도로 여유도 생기는 것 같고. 근래에 찍은 내용들이 잘라서 쓰기는 딱 좋은데 문제는 느낌이랄까... 화면에서 풍겨나오는 진실성과 진솔하고 호감 가는 이미지는 그 횡설수설하는 인터뷰 쪽이 더 강하다는 것. 현장감도 더 있고. 역시 고민해볼 문제다.
5. 프롤로그를 위해 인왕산에서 죽 훑어내려와 경복궁 전경과 광화문 현장이 딱 걸리는 그림을 상상하며 PD를 남산타워로 올려보냈는데... 종로에 있는 SK빌딩에 딱 걸려서 그 각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ㅠ.ㅠ 인왕산까진 잡히는데 남산 타워 그 꼭대기에서도 경복궁을 볼 수 없다고...
피렌체에 대한 이태리의 다큐멘터리에서 엔딩이 피렌체의 무슨 산꼭대기에서 도시 전체를 부감으로 훑어가는 샷이다. 정말 얼마나 여운이 남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한국은 절대 불가능.... -_-; 도시 설계는 누가 했는지 정말 500년 고도의 스카이 라인을 이렇게 거지 같이 만들 수가. 조상 팔아서 후손들이 아직까지 잘 먹고 잘 산다고 프랑스니 이태리 부러워하지 말고 우리도 있는 거나 좀 잘 지키지. 정말 줘도 못 먹는다는 얘기는 우리보고 하는 소리인듯.
6. 잊고 있었던 우리 문화재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솔직히 돈은 얼마 안 되지만 (경기가 작년 정도만 됐어도 바쁘다고 아마 안 했을 확률이 높...) 이것보다 딱 배를 더 주는 바이오보다 이게 더 정이 간다는... ^^;
적당히 때가 묻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박하고 찌그러지지 않은 주인공에게 호감도 가고. 내가 분칠해줘야 하는 주인공이 마음에 안 들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없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재미있게 할 것 같다. 내 이력서에도 나름 뿌듯한 한 줄이 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