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 내일 오후로 다가오니 일이 하기 싫을 뿐이고~ 80페이지짜리 자료는 이제 겨우 4페이지 봤을 뿐이고~ 그래서 눈썹 휘날릴 내일보다는 차라리 오늘 딴 짓 하는게 조금 나을 뿐이고~ 를 핑계로 좀 전에 먹은 전가복 기록.
야래향의 대표 메뉴가 전가복인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워낙 ㅎㄷㄷ한 가격이라 알고만 있다가 부친의 생신을 핑계로. 멀리 나가자고 해봤자 춥다고 꼼짝도 안 할 거고, 아직도 밖에서 잘 드시고 다니는 양반이라 동네에 어정쩡한 곳에 모시고 갔다가는 그다지 좋은 소리도 안 나올 거고 해서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질러봤다.
마침 카메라가 옆에 있어서 찍어봤는데 위 사진은 촛점이 좀 나갔군. -_-;
75000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이긴 하지만 너는 몸값을 충분히 한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은 요리.
첫째 양이 아주아주 푸짐하다.
가격은 비슷하거나 더 받으면서 풀코스를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인테리어만 삐까뻔쩍한 강남의 일부 차이니즈 레스토랑의 그 황당한 양과 달리 저거 한 접시로도 배가 심하게 불렀다. 지금은 사라진 금보석이 떠오르는 맛에 양은 최소 20% 이상 많은 것 같다. 중국집에서 동파육 먹을 때마다 감질이 났는데 다음에 여기서 동파육을 한번 시켜봐야겠다.
둘째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진짜로 아끼지 않고 팍팍 넣었다.
사진은 핀트가 나가서 좀 별로로 뭉개져 보이는데 최소 2마리 이상의 해삼과 중간 크기의 새우들이 듬뿍, 3개 이상의 키조개 관자와 전복도 중간 이상 걸로 한마리는 꽉 채워서 들어가 있다. 갑오징어로 짐작되는 좀 싼 친구는 그냥 인사만 하는 정도, 해물이 들어간 중국 요리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홍합은 찾아볼 수도 없음. 이 모든 해물들을 큼직큼직하게 썰어넣어서 재료의 맛과 질감이 살아있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고 버섯, 청경채, 생강, 파, 고추 등 야채들도 듬뿍~
화학 조미료도 덜 썼는지 중국음식 먹고 난 직후의 느끼함도 없고 정말 굿이다.
셋째 짜지 않다!!!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 재료가 덜 신선하거나 부실할수록 양념이 많아지고 간이 세진다. 신선해야 그 특유의 담백함을 살릴 수 있는데 겨울이라 그렇기도 했겠지만 자신있게 양념을 최소화 했다.
근데 이건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좀 있을 것 같다.
나나 부친은 "짜지 않아!" 라고 감격하면서 먹었지만 강렬한 향신료과 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싱겁다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듯. 하지만 중국요리를 간장에 찍어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을 생각해보면 싱겁게 먹는 사람에게 맞춰주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식사로 삼선 간짜장을 하나 시켰는데...
요리 먹는 동안 많이 불었음에도 역시 맛있음.
해물과 고기가 많이 들어간 맛있는 짜장면이기는 한데... 6천원은 솔직히 좀 비싸다. -_-;
거기다 이 집은 요리를 시키지 않으면 배달을 해주지 않고,
짜장면 한그릇도 배달해주는 착한 다른 중국집의 철판볶음짜장도 아주 맛있기 때문에 이럴 때나 한번씩. ^^
탕수육 같은 거 시킬 때는 절대 따라오지 않는 서비스가 오늘 모처럼 왔다.
부추가 많이 들어서 깔끔하고 아주 맛있는 군만두,
대부분의 중국집에서 주는 그 맛이 아님.
이 집은 만두를 직접 만들거나, 아니면 대부분의 중국집들과 다른 만두 거래처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배달 오는 동안 좀 식어서 맛이 덜 했는데 여기 가서 먹을 때 금방 구운 걸 한번 먹어봐야겠음.
식후에 하겐다즈 딸기 샌드위치 아이스크림을 꺼냈더니...
맛있는 거라는 건 귀신같이 아는 뽀삐양이 옆에서 감시하는 중.
감히 꺼내지는 못하고 빨리 먹자고 조르고 있다.
빈대가 직업이긴 하지만 얘는 참 예의가 있는 빈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