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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호칭 난리에 대한 짧은 단상

by choco 2017. 5. 16.

내가 방송을 처음 하던 당시 현장에서 제일 먼저 배운 것 중 하나가 방송안에서 호칭이었다.

시청자 중에 100살 넘은 노인이 있다는 가정 아래 (나이가 벼슬인 대한민국의 정서상 시청자가 최고존엄) 내레이션 안에선 어떤 높은 출연자에게도 ~님 등의 경칭을 붙이지 않았다.

당시 생존해있던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도 내레이션에선 정주영 회장, 때때로 그나마도 줄여서 정주영이었다.
이 호칭에 대한 원칙은 꽤 오랫동안 나와 방송종사자들에겐 철칙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무너져버렸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최근 몇년은 뭔가 직함이 있는 양반들은 ~님이 당연시 되고 외국인의 경우에나 ~씨.

이 호칭의 인플레는 이미 이게 일상화된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한 사람들에겐 당연할지 몰라도 이건 엄청난 실수라고 트래이닝을 받았던 내게는 지금도 아주 거슬리고 이렇게 쓸 때마다 솔직히 이게 맞나 괴롭다.

영부인은 진짜 오골거리고, 여사님 어쩌고도 어법도 맞지 않고 방송이나 신문에서 적합한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사 정도는 ~선생처럼 방송에도 무난한 용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전 정권에선 잘 혼재해서 쓰다가 바득바득 싸우자고 긁으며 사용하는 모 언론들을 보면서 왜 저러나 싶음.

대다수 기레기들이 어디가 헐도록 물고 핥고 빨아주는 가운데 그나마 꿈틀이라도 하고 기자 흉내라도 내주던 걸 지켜봐온 터라 욕은 안 하지만 아무리 감정 이입과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저 싸우자는 태도는 진짜 이해불가네.

에효. 모르겠다.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